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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책에 저의 어떤 부분이 묻어날 수밖에 없겠지만, 저와 제가 그린 책들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해요.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저를 떠올리기보다 책 속 이야기, 캐릭터들에 더 집중해 주셨으면 하거든요.”
작가는 MBTI를 묻는 질문에조차 답을 아꼈지만, 책 속에 단서가 묻어 있긴 하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최근 펴낸 신작 ‘별에게’는 “어느날 할아버지가 해변에서 주워 온 작은 별들을 손주 손에 건네주는 장면”이 떠오르며 착안한 책. 이 아이디어가 1980~90년대 학교 앞에서 병아리 파는 할머니들에 대한 어릴 적 추억으로 이어지며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연령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작가는 올여름엔 ‘수박 수영장’ 10주년을 기념해 작은 ‘복숭아 책’을 낸다고 한다. 그는 “작은 독립출판물처럼 만들어 사은품으로 증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전의 그처럼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하자 “위로, 격려 이런 건 너무 어렵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저도 살면서 이뤄진 소망이 있고 그러지 못한 것들이 있죠. 이뤄지든, 이뤄지지 못하든 그 기억들이 제 삶 어딘가에 소중히 남아 남은 삶을 비춰 주길 바라고 있어요.”
경기 용인시의 한 시골 마을 작은 책방에서 오는 26일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책방 축제가 펼쳐진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생각을담는집'이 그곳이다.
20일 생각을담는집에 따르면 카페를 겸하고 있는 이 책방은 지난해부터 봄·가을 등 2차례 축제를 열어 벼룩시장, 먹거리 장터, 무료 가족사진 촬영, 동화 구연, 수채화 강습 등 작지만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잔치를 벌이고 있다. 축제 수익금은 전액 이주노동자 자녀 후원에 사용된다.
이 책방은 2023년 용인시이주노동자센터와 협력해 이주노동자 가족과 한국민속촌과 경기도박물관 등을 관람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1년 뒤인 지난해엔 '생각을담는집'에 이주노동자 가족 등 50여 명을 초대해 클래식 음악회를 열고 아이들 수채화 그리기 수업을 했다. 또 바비큐로 음식을 대접하고 아이들에게 볼만한 책 몇 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독서 모임 회원들이 주축이 돼 준비하는데, 항상 걱정이 많아요. 책방 마당에서 열리는 작은 행사지만, 그래도 축제니까 사람들이 와야 재밌잖아요. 내심 걱정스럽지만, 일단은 우리끼리 놀자 생각해요. 그렇게 마음 비우고 하다 보면 동네 이장님도 오시고, 도시에서 사는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데이트하는 젊은 친구들도 오고, 청년들이 부모님 모시고 오겠지요?"
막바지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생각을담는집 책방지기 임후남 대표는 이 같은 말로 26일 열릴 축제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단순히 벼룩시장을 열고 우리끼리 놀아보자 싶었다. 그런데 수익금이 생기니 그걸로 뭘 할까 생각하다 이주노동자 자녀 돕기를 생각하게 됐다"며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독서 모임 회원들이 함께하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생각을담는집은 매주 월요일 오전과 오후에 독서 모임은 진행한다. 매주 책을 읽고 오는 사람이 낮 반과 저녁 반을 합해 15명 내외에 이르며 독서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서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수박 수영장’으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회가 어떤가요.
“첫 책이라 오랜만에 꺼내 들 때면 저도 기분이 묘해요. 투고했을 당시 이 책이 나온다면 간간이 새 그림책을 내거나 일러스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됐어요. 덕분에 지금은 그림책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으니 참 고마운 책이죠.”
데뷔와 동시에 승승장구한 것 같지만, 실은 작가는 오랫동안 “거의 반 백수 느낌”의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수년간 그림책 공모전 등에 응모하거나 투고했으나 낙방과 거절이 거듭됐다. ‘안녕달’이란 이름도 “예쁜 이름이면 많이들 써주려나” read more 싶어 급히 예쁜 단어만 조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는데 디자인을 잘 못했어요. 서점에 디자인 서적을 보러 갔다가 너무 어려워서 쉬워 보이는 그림책만 한 권씩 사 왔어요. 그러다 그림책 그리는 일을 하게 됐네요. 그림책은 쉬워서 좋아요. 누구나 10분 정도면 볼 수 있고, 좋아하는 책은 쉽게 다시 또 꺼내 볼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에요.”
수박이 수영장이 되고(‘수박 수영장’), 솜이불 아랫목이 찜질방이 되는 것(‘겨울 이불’)처럼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 소재에서 떠오른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해낸다. 그는 “가끔 운 좋게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따뜻한 유머, 뭉클한 이야기를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감할 때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편”이라고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우당탕 일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떠난 낯선 휴가지에서 아무거나 먹다가 배탈이 난 상태”라고 했다.
― 그림책 작가로 가장 보람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면….
“두 번째 책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책으로 나왔을 때 어느 분이 자신의 할머니가 떠올랐다고 메일을 주셨어요. ‘내일은 할머니 병문안을 가야겠어요’라고요. 오랜만에 손주를 보고 좋아할 할머니 표정을 떠올리며 엄청 행복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
안녕달 작가는 “조금 더 소소한 기쁨도 있다”며 “지금까지 낸 책을 모아 꽂아 놨는데 벽에 맞닿은 책장 한 칸에 10권이 넘는, 다양한 높이와 깊이의 책들이 있다. 가끔 벽에 기대서 그 책들을 가만히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